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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눈에 봐도 허술하다. 녹슨 금속판과 각종 잡동사니로 만든 바다 위 인공섬은 최첨단 기술의 산물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가까운 미래의 지구에 세워진 이 인공섬 거주민들의 행색도 남루하기 그지없다. 더러운 옷을 걸친 데다 얼굴에는 때가 꼬질꼬질하다. 담수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극단적으로 높아진 해수면 때문에 육지가 완전히 바다에 잠겨 문명이 붕괴한 탓이다.
이들이 애타게 찾는 것은 어딘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마른 땅이다. 예금금리 1% 풍문만 무성한 ‘드라이 랜드’라는 곳을 찾아 정착하려는 것이다. 농사를 짓고 생활 공간을 넓히려면 드라이 랜드 외에 대안은 없다.
그런데 이 인공섬에 어느 날 마리너(케빈 코스트너 분)라는 이름의 방랑자가 찾아온다. 혼자서 소형 선박을 몰고 다니는 그는 인공섬에서 몇 가지 보급품을 구매하던 중 드라이 랜드로 가는 지도를 몸에 문신 형태로 광명시흥지구 새긴 소녀, 그리고 소녀의 보호자인 인공섬 거주자를 만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들과 항해를 시작한다. 1995년 개봉한 미국 영화 <워터월드> 도입부다.
<워터월드>가 등장한 20세기 후반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이 지금처럼 강하지는 않던 때였다. 망망대해뿐인 영화 속 지구가 관객에게 일견 황당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그런데 이제 사업자캐피탈신용대출 는 그렇지 않다. <워터월드>를 그저 허구적 상상으로 여기며 편하게 보기는 어려워졌다. 전 세계 해수면 상승 추세에 무서울 정도로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해수면이 올라오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예기치 못한 이상 징후다. 바다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열팽창’으로 차량담보대출조건 해수면 급상승

지난주 미국 과학전문지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등은 미 항공우주국(NASA) 관측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해수면 평균 높이가 전년보다 0.59㎝ 올라갔다고 전했다.
NASA는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 5기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매년 전 세계 해수면 상승치를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19 지텔프고사장 9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수면은 누적 10.1㎝가 올라갔다. 해수면 상승 추세는 30여년간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해수면 상승치는 두 가지 대목에서 유독 특이했다. 하나는 해수면이 너무 많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록된 0.59㎝는 과학계 예상치(0.43㎝)를 약 40%나 웃돌았다. 실제 상승치가 사전 예상치를 이렇게 훌쩍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해수면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이유다. NASA는 지난해 해수면 상승 원인의 3분의 2가 ‘해수의 열팽창’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수의 열팽창이란 밀가루 반죽이 뜨거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올라 빵이 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열을 머금은 물 분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데, 이 때문에 서로 밀어내는 힘이 세지면서 바다의 전체적 부피가 커지는 것이다. 더워진 기후 때문에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해수면 상승 원인 가운데 나머지 3분의 1은 녹아내린 빙하였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땅을 덮던 빙하가 녹아 물이 되고, 이 물이 바다에 유입되면서 해수면 상승에 일조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제외한 그동안의 해수면 상승 원인은 정반대였다. 빙하 녹은 물이 3분의 2, 해수 열팽창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주원인이 뒤바뀐 점이 해수면 상승 속도를 급격히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전 세계 9억명 ‘발등의 불’

NASA는 해수 열팽창 심화에 따른 급격한 해수면 상승에 대해 “지구 관측 사상 지난해가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다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생긴 열기의 90%를 흡수한다.
지난주 세계기상기구(WMO)가 펴낸 기후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1850~1900년) 대비 1.5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도는 국제사회가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목표로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정한 기온 상승 마지노선인데, 이를 넘은 것이다. 하필 1.5도 돌파를 기점으로 해수면 상승의 주원인이 열팽창으로 바뀐 점은 상당히 주목되는 대목이다.
해수면 상승이 앞으로도 예상보다 가팔라진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해안에 사는 인간과 동식물에 실질적인 위협이 닥칠 시점이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9억명에 이르는 전 세계 저지대 거주민들은 폭풍이 몰아치면 집까지 파도가 쉽게 들이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재민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폭풍 없이도 만조 때 해안 도시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지하 주차장과 도로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잠기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밀물로 인한 약간의 수위 상승조차 버티지 못할 정도로 해수면이 이미 너무 올라와 있어 벌어지는 현상이다. 미 해양대기청(NOAA) 통계를 보면 만조 때 바닷물이 도시로 밀려드는 일은 2019년 기준 미국에서만 총 600여건이 발생했다. 이런 일이 앞으로 더 비일비재해질 공산이 크다.
연안 생태계도 위협을 받게 된다.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서 해안에 살던 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 수 있다. 갯벌이 유실되고 열대 해안에 널리 분포하는 염생 식물인 맹그로브 숲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바닷물이 육지로 더 깊숙이 밀고 들어오면 해안에 접한 강 하구의 염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이러면 민물 생물이 살기 어려워진다. NASA는 “조만간 지구 관측용 위성 2기를 추가 발사해 해수면 상승 추세를 더욱 정밀하게 측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