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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들을 클래식쥘 마스네, 오페라 ‘타이스’ 2막 명상곡
곰탕 끓이는 냄새가 나면 모두가 긴장하죠. 엄마가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다는 의미니 말이에요. 곰탕은 추위에 지친 우리 영혼을 따뜻하게 덥혀주죠. 저는 한국인의 ‘솔 푸드’라고 부르고 싶어요. 곰탕이야말로 느린 음식이죠. 천천히 오래도록 끓여야 비로소 그 맛이 나니까요. 오랜 준비 마이너스통장 대출 가 필요한 곰탕은 꼭 클래식 음악 같지 않나요?
‘프렌치 수프’. 어느 날 한 광고회사 대표님이 꼭 보라고 추천해주신 영화예요. 제 구미를 당긴 건 실은 영화 제목이었어요. 프렌치 수프라니! 몇해 전 서울 한남동 어느 식당에서 맛있게 먹은 프렌치 어니언 수프가 떠올랐거든요. 게다가 베트남 출신 영화감독 쩐아인훙이 만들었다니, 귀가 쫑긋했죠 신용회복지원 . 그가 만든 또 다른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에서 쇼팽과 드뷔시의 음악이 아름다운 장면과 어우러져 눈과 귀를 황홀하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영화 ‘프렌치 수프’에서는 과연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냉큼 보았답니다.
영화는 요리를 연구하는 도댕과 요리사 외제니 두 남녀가 20년간 식당 부엌에서 대부분 차량유지비연봉 의 시간을 함께하며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어떻게 이어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음식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열정이 스며들지만, 그 열정은 ‘열정적인 열정’이 아니라, ‘느리고 굼뜬’ 열정이에요.
외제니는 커다란 솥단지에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고 푹 끓여서 우려내요. 곰탕처럼요. 바로 프랑스의 국민 음식 전세대출조건 ‘포토푀’(The Pot-au-Feu)라 불리는 국물 요리예요. 포토푀는 말 그대로 ‘불 위의 냄비’예요. 비프 스튜의 프랑스 버전인 셈인데요. 요리에서 불 조절이 중요하듯, 사랑도 그리고 음악도 강약 조절이 중요합니다. 불같이 뜨거운 여름을 좋아하는 외제니와 도댕의 사랑이 바로 오랜 시간 중불과 약불에서 뭉근하게 끓여낸 곰탕 같은 사랑이에요. 포토푀처럼 대부중개업자 말이죠.
영화를 보는데 요리하는 소리, 그릇 소리, 와인 따르는 소리 등이 귓가를 즐겁게 하는데, 정작 음악이 들리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음악이 없었다는 걸 인식한 건, 영화의 막바지에서, 비로소 음악이 들려왔을 때였어요. 외제니가 죽은 뒤, 홀로 남은 도댕 앞에 외제니가 환영처럼 나타나요. 바로 그때였어요. 제 손가락이 저절로 연주할 만큼 익숙한 템포의 라장조의 아르페지오, ‘아… 내가 아는 음악인데?’ 바로 그 소리는, 바이올린이 아닌, 피아노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어요. ‘아! 이건 타이스의 명상곡이지!’ 감독은 일부러 음악을 쓰지 않은 것이었어요. 은근한 사랑과 뭉근한 요리를 표현하기 위해, 음악은 필요가 없었지요. 그 순간, 감독은 비로소 음악으로 우리의 귀를 홀린 것이죠.
초등학생 때 ‘타이스의 명상곡’이라고만 알았던 저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명상곡의 작곡가를 타이스로 알았답니다. 물론 아니에요. 타이스는 오페라의 여주인공 이름이고, 작곡가는 프랑스의 낭만 작곡가 쥘 마스네예요. 그의 오페라 ‘타이스’의 2막에 나오는 명상곡(Méditation)이 바로 일명 ‘타이스의 명상곡’으로 불린 거예요.



‘마농’(1884), ‘타이스’(1894), ‘돈키호테’(1910) 등 여러 오페라로 당대 큰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1842~1912). 위키미디어 코먼스


음악의 배경은 고대 이집트로,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타이스는 방탕하게 살아요. 그녀는 어느 날 타락한 삶을 청산하고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권유받아요. 그리고 하룻밤의 사랑이 아닌, 영원한 사랑을 약속받지요. 고민에 빠진 그녀는 긴 명상 끝에 수도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그때 오페라의 간주곡인 명상곡이 흘러나와요. 잔잔한 피아노의 분산 화음 위에서 들리는 바이올린 선율은 애절하기보다는 절도 있으면서 정갈해요. 선율은 음역대를 넓게 쓰는데요. 작곡가는 안단테 렐리지오소(Andante Religioso)로 느리고 경건하게 연주하도록 합니다.
여덟 마디의 주제 선율은 옥타브로 뚝뚝 떨어지며 더욱 집중해 따라가게 해요. 두번째 주제는 피우 모소(Piu mosso)로 더욱 활발히 움직이며 격정적으로 흐르다가 지금까지 여리게 연주하던 선율을 포르테(Forte)로 강하게 들려주며 열정적이면서 다급하게 긴장감을 조성해요. 그러다가 다시 첫 시작의 온화하고 단정한 주제를 이어가다가 높은 라를 찍고 한참 머무르더니 사라지듯 고요하게 끝맺어요. 바이올린 음색으로 익숙한 이 곡을 피아노로 연주해볼 생각을 못 하다니, 영화를 보고 나서야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듯했어요.
명상곡은 영화 ‘프렌치 수프’의 유일한 오에스티(OST)예요. 영화 내내 단 한곡만 들려주는 영화는 난생처음이에요. 다양한 편곡이 존재하지만 영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영화 오에스티 악보를 주문했고, 미국에 사는 동생이 보내준 악보가 며칠 전 도착했답니다. 이제 프렌치 수프는 안 먹어도 되는데, 이 곡은 꼭 연주하고 싶어요. 프렌치 수프 같은 느리고 은은한 사랑이 더 좋은 것처럼요.
여전히 궁금한 건 포토푀의 맛이에요. 포토푀를 먹어보고 싶어서 찾아봤더니,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들은 심지어 포토푀에 밥도 말아서 먹는답니다. 포토푀가 국밥으로 변신하다니! 얼마나 맛있으면! 그런데 프렌치 수프에 밥 말아서 먹진 않잖아요. 포토푀와 프렌치 수프는 근본부터 다른 음식이었어요. 프렌치 수프를 경험해보세요. 음식이 아닌 영화로요.
안인모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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