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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차외주 작성일25-08-24 19:39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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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겠다지난 2020년 당시 방치돼있던 나주극장의 모습.



일제강점기 전남 최초의 영화관으로 문을 연 옛 나주극장은 한 세기 가까이 지역민의 추억을 품어온 문화의 상징이었다. 어둠이 내리면 작은 스크린 위로 영화가 걸리고, 가수의 무대가 오르며 원도심은 환한 불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으로 극장은 문을 닫았고, 1990년대 이후에는 음식점으로 개조돼 잠시 운영되다 폐업한 뒤 긴 세월 방치됐다. 그렇게 잊힌 공간이 문화재생을 통해 부활을 준비하던 순간, 기록적 폭우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
나주시는 “지난 4일 오전 7시께 금성동 내일증시전망
신협 본점 옆 옛 나주극장 내부 계단과 외벽 일부가 무너졌다”며 “지난달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화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20일 밝혔다.
이 극장은 지난 6월부터 ‘나주극장 문화재생사업’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시작해왔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미디어아트 전용관’으로 꾸민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주민 의견과 나주시 문화재엔케이바이오 주식
단의 논의를 거쳐 고전 영화 상영과 전시가 병행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올해 2월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불과 반년 만에 건물이 무너져내리면서 연말 개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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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극장 조감도. <나주시 제공>



나주에는 지난달 17~19일 사흘간 40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황금포카성
쏟아졌다. 주택·도로 침수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고, 나주천 수위가 급격히 불어나 금성교 일대가 범람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옛 나주극장 역시 이 폭우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나주시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기존 바닥 콘크리트를 걷어내 지표면이 노출된 상태에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었고, 기초 콘크리트 없이 벽돌을 쌓아 올린 1960년대 건물 구조의 한계 등이 겹치면서 붕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쉽게도 주민들의 기대는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옛 나주극장 재생을 추진했지만 이번 붕괴로 지붕과 정면 파사드를 제외한 조적 구조물은 모두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활용도가 낮은 2층 시설은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사실상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셈이다.



옛 나주극장의 내부 계단과 외벽 일부가 지난달 폭우로 인해 무너져내린 모습(점선안).



문제는 시간이다. 총 23억 원 규모의 사업비 중 절반이 국비인데, 이미 한 차례 이월된 예산은 올해 안에 소진하지 못하면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공정률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사실상 재공사에 들어가는 만큼 정확한 공사 기한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말까지 90% 공정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국비를 반납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나주시 공연예술과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국비를 소진하지 못하면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일부는 관급 자재를 미리 납품받아 국비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불용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옛 나주극장은 이미자의 노래가 울리던 무대였고, 어린 시절 영화 한 편의 설렘이 켜켜이 쌓인 곳이다. 그러나 폭우 피해와 설계 변경, 행정 절차라는 삼중고가 겹친 상황에서 이 오래된 극장이 다시 불을 밝힐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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